함께_자라는_날들
목차
푸른 수조 앞에서 배운 용기

우리들의 찰나
- 장소: 아쿠아리움의 커다란 수조 앞
- 등장인물: 아빠, 필름, 여름
그날 아빠는 새로운 어플을 만들며 조금 오래 고민하고 있었단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일은 늘 이상했어. 처음에는 세상에 없던 것을 손에 쥐어 보는 것처럼 설레는데, 막상 한 걸음 들어가면 모르는 것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곤 했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면, 내가 너무 작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단다. 설렘과 두려움은 늘 나란히 걸어왔어.
그런 마음을 품고 너희와 아쿠아리움에 들어갔지. 커다란 수조 앞에 앉은 너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어. 파란 물속을 천천히 지나가는 물고기들, 빛을 받아 은빛으로 뒤집히는 작은 몸들, 어디선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낯선 그림자들. 너희는 모르는 것을 마주하고도 겁내기보다 먼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단다.

필름아, 여름아.
너희는 물고기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고, 유리 너머의 넓고 푸른 세상을 오래 바라보았지. 무엇인지 다 알지는 못해도 괜찮다는 듯, 그저 신기해하고 즐거워했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빠 마음속에 먼저 있던 두려움이 조금 조용해졌단다.
새로움 앞에서 느끼는 초라함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망설임도 어쩌면 나쁜 마음만은 아닐 거야.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니 우리는 잠시 멈춰 서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거겠지.
아빠도 너희처럼 해 보려고 한다. 모르는 것 앞에서 너무 빨리 작아지지 않고, 처음 그 일을 만나던 날의 호기심을 다시 떠올리면서. 겁이 나더라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잘 모르겠더라도 조금 더 가까이 가 보는 사람으로 버텨 보려고 해.
그러니 너희도 앞으로 낯선 세상 앞에 설 때, 오늘의 푸른 수조를 기억해 주렴. 유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지 못해도, 눈을 반짝이며 천천히 바라보던 너희의 얼굴을. 호기심은 모든 답을 알고 나서 생기는 마음이 아니라, 모르는 곳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첫 번째 용기라는 것을.
오늘 아빠는 너희에게 그 용기를 배웠단다.




너희라는 가장 달콤한 쉼표 (동물원 나들이)
- 날짜: 2026년 7월 28일 (화요일)
- 날씨: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해 들어온 실내
- 장소: 실내 동물원 그리고 동네 작은 국수 가게
- 함께한 사람: 아빠, 필름이, 여름이
아빠의 손을 꼭 쥔 너희의 조그만 손에서 느껴지는 땀방울이 기분 좋게 차오르던 화요일 오후였단다. 유독 무더운 여름 햇살을 피해 찾아간 실내 동물원 안, 화려한 조명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공간 속에서 너희는 마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탐험가들처럼 눈을 반짝였지.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줄무늬 꼬리가 신기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너희 둘이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서 있던 그 든든하고 귀여운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무엇이 그리 신기하고 궁금한지 꼬리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던 너희의 동그란 머리통을 바라보며 아빠는 가만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단다.

꿈속에서도 일의 톱니바퀴를 돌리던 날들
사실 아빠는 요즘, 마음 편히 쉬는 법을 아주 잊어버린 사람 같았단다.
기존에 하던 학원 일의 무거운 책임감을 양어깨에 짊어진 채, 머릿속으로는 세상에 처음 선보일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짓고 완성할지 온통 그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거든.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도 일상의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았어.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아빠가 낮 동안 끙끙 앓으며 고민하던 코드와 문제들이 마법처럼 해결되어, 사람들이 감탄하며 아빠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지. 꿈에서마저 일을 하고 문제를 풀어야 할 정도로, 아빠의 온 영혼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해 있었던 거야.
때로는 두려움이 왈칵 밀려오기도 한단다. 스스로를 지킬 틈도 없이 앞만 보고 계속해서 채찍질하며 몰아붙이다 보면, 단단해 보이던 나무도 언젠가는 툭 하고 꺾여버리기 마련이니까. 아빠 역시 약한 사람이라, 이 질주 끝에 나조차 모르게 무너져 내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밤바람이 시리게 느껴지던 날도 있었어.
손바닥 위의 온기, 그리고 세상 유일한 피난처
그렇게 머릿속이 온통 세상의 소음과 끝없는 할 일들로 어지럽던 아빠를, 단숨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우주로 데려다주는 유일한 치트키가 있단다. 바로 너희들과 함께 손을 잡고 나서는 이 짧고 소중한 데이트 시간이야.
필름이 네가 작은 손바닥을 조심스레 펼치자, 깃털이 부드러운 작은 새들이 노란 발가락으로 네 손을 디디며 내려앉았지. 새가 날아갈까 봐 숨소리마저 멈춘 채, 그 작은 생명의 온기를 가만히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던 네 눈동자 속에서 아빠는 비로소 세상의 모든 복잡한 걱정과 의무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어.
아, 아빠가 지금 이 순간 오롯이 쉬고 있구나. 꿈속에서도 멈추지 않던 걱정들이 너희의 숨소리 속에서 비로소 정지하는 느낌이었단다.

신나는 구경을 모두 마치고 지친 몸으로 들어선 동네 작은 국수 가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필름이가 커다란 그릇에 코를 박고 국수를 호로록 맛있게 삼키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아빠는 배가 부르고 마음에 따스한 물이 차올랐단다.
몸은 분명 땀에 젖고 힘들어야 마땅할 텐데, 신기하게도 너희와 함께 걷는 길 위에선 피로가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너희들이 고단한 아빠를 숨 쉬게 만들고,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띄워주는 세상 유일한 존재들이니까.

기꺼이 너희의 둥지가 되어줄게
늘 아빠는 생각한단다. 너희를 위해서 절대 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한 기둥이 되어주어야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아빠가 매일 부서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그늘과 쉼터가 되어주는 건, 다름 아닌 너희들의 맑은 웃음소리와 무해한 눈동자란다.
아직은 아빠의 넓은 어깨와 단단한 품, 그리고 보살핌이 필요한 너희들의 이 빛나는 유년 시절 동안, 아빠는 내 삶의 가장 크고 찬란한 의미를 '너희들의 필요를 가득 채워주는 것'에서 기쁘게 찾으려 해.
그러다 훗날, 너희가 이 따뜻한 둥지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스스로 날아오르고 아빠의 품이 조금씩 덜 필요해질 때가 오면, 그때 미뤄두었던 아빠만의 또 다른 삶의 의미와 탐색들을 시작해도 늦지 않겠지.
그러니 걱정 마렴. 아빠는 너희라는 가장 든든하고 달콤한 쉼표를 품고 있으니, 오늘도, 내일도 기쁜 마음으로 씩씩하게 버텨낼 테니까.
내 모든 버팀의 이유이자 영혼의 쉼터가 되어주어 참 고맙다, 내 보물들아.
골똘히 빛나던 너의 눈동자
- 날짜: 2026년 7월 30일 (목요일)
- 날씨: 무더위가 한풀 꺾인 여름날의 늦은 오후
- 장소: 둔촌동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 화단 앞
유독 길고 끈끈하게 이어지던 여름날의 어느 늦은 오후였단다. 하루 종일 열기를 뿜어내던 햇볕이 조금씩 눅눅해지며 아파트 단지 화단 너머로 긴 그림자를 드리울 무렵, 너와 어린이집 친구 은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화단의 푸른 수풀가 앞에 쪼그리고 앉았지.
무성하게 삐죽 나온 초록 잎사귀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필름이 너는 무릎에 턱을 괸 채 아주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어. 너의 그 조용하고 무거운 집중력 옆으로, 은서가 쪼르르 다가와 슬며시 손을 뻗어 네 곁을 지켰단다.

어설펐던 아빠 엄마의 첫 계절
필름아, 사실 네가 아주 어렸을 때, 아빠와 엄마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매일매일이 겁이 나고 서툴렀단다. 혹여 작은 바람이라도 불어 너를 다치게 할까, 우리의 미숙한 손길이 네 여린 마음을 서투르게 매만질까 매 순간 조심스러웠어.
그 서투른 걱정들이 꼬리를 물던 어느 날, 아빠 엄마의 마음속에 작은 그림자 하나가 드리운 적이 있었지. 다른 아이들은 소리 내어 웃으며 눈을 맞출 때, 필름이 너는 아주 깊고 아늑한 너만의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가만히 무언가를 골똘히 바라보거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있곤 했거든.
"필름이가 눈맞춤을 잘 안 하는 것 같아. 혹시 무슨 걱정해야 할 일이라도 있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아빠 엄마는 혹여 네가 남들과 조금 다른, 혹은 아빠 엄마의 아주 특별한 보살핌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는 아닐까 가슴 졸이며 수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단다. 그 시절의 우리는 네가 고개를 숙이고 세상을 가만히 관찰하던 그 조용한 시간들의 가치를 미처 다 알지 못했던 거야.

네가 보여준 깊고 고요한 우주
하지만 네가 계절을 지나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그때의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고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깨달았단다.
네가 눈맞춤을 피했던 건 마음을 닫아서가 아니라, 눈앞에 놓인 작은 세상의 조각을 너만의 깊은 온도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 너는 그저 너에게 온 사물과 풍경을 허투루 보지 않고, 끈기 있게 집중하여 그 속에 담긴 우주를 들여다보던 중이었지.
지금의 너를 보렴. 너는 여전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줄 아는 깊은 집중력과 끈기를 가졌으면서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누구보다 우렁차게 웃으며 뛰어놀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빠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오늘 네가 만났던 우주의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나누어주며 누구보다 환하게 마음을 열어주고 있지.

너의 그 고요하고 올곧은 자람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빠 엄마의 어설프고 미숙했던 그 시절의 모든 걱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며 가슴 한구석이 뻐근할 정도로 안도감이 차오른단다.
우리의 미숙함과 불안함마저 너는 너만의 깊고 푸른 품으로 모두 보듬어 안으며, 이토록 눈부시게 자라주었구나.
아빠 엄마의 우려를 매번 고마운 확신으로 바꾸어 주어서,
그늘 속에서도 늘 너만의 빛나는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아 주어서 참 고맙단다.
오늘 네가 저 무성한 초록 잎사귀 속에서 발견한 우주는 어떤 모양이었니? 나중에 아빠에게 또 조용히 들려주렴. 아빠는 언제나 네가 골똘히 들여다보는 그 길고 고요한 시간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배경이 되어 서 있을게.
05. 감속 없는 엔진을 가진 너희에게
날짜: 2026년 8월 1일 토요일 (맑음, 지독한 몸살 끝에 다시 일어서며)
장소: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근처 식당과 길가
아빠는 어제 지독한 체기(滯氣)에 온몸을 가누지 못했단다. 깨질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을 비워내도 가라앉지 않는 통증 때문에 온종일 끙끙 앓아누워 있어야 했지. 매년 연례행사처럼 한두 번씩은 꼭 이렇게 호되게 아프곤 하는데, 아빠는 이것이 내 몸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묵직한 경고음이자 간절한 신호라고 생각해.
"그만 몸을 내던지고, 이제는 조금 멈춰 서서 쉬어 가렴."
어릴 때부터 아빠는 골목길에서 제일 늦게 집에 들어가는 아이 중 하나였어.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고 시작된 깡통차기 놀이는 해가 완전히 저물어 사방이 캄캄해질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지.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텅 빈 골목길에서도 아빠는 마지막까지 무언가 더 재미있게 놀거리가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탐색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였단다. 가진 에너지를 남김없이 털어 넣어야만 비로소 하루를 마칠 수 있었던 고집스러운 꼬마.
어제, 몸을 조금 추스르고 나와 마주한 너희들에게서 묘하게도 익숙한 향기가 진하게 풍겨왔단다.
사실 어제 너희가 보낸 하루는 아빠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난 질주였어. 필름이는 오전에 유치원에서 시원하게 물총놀이를 한판 흐드러지게 치르고는, 곧장 축구교실로 달려가 초록 잔디 위를 숨 가쁘게 누볐다지. 아빠가 몸살로 누워 신음하는 동안에도 너희의 아침은 그렇게 빛나는 땀방울과 웃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던 거야. 그러니 그 작은 몸에 피로가 얼마나 소복이 쌓였겠니.
식당 테이블에 마주 앉은 너희들의 눈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 첫째 필름이는 할머니 곁에 꼭 붙어서, 할머니가 조심조심 가시를 발라 숟가락 위에 얹어주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민어구이랑 따끈한 미역국을 참새처럼 냠냠 오물거리며 받아먹기에 여념이 없었어. 그렇게 맛나게 한 그릇을 싹 비워내는가 싶더니, 결국 누적된 고단함이 밀려왔는지 마지막 숟가락을 앞에 두고 눈꺼풀이 무거워져 스르륵 잠결로 빠져들기 시작하더구나. 밥을 먹다 말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고 귀엽던지.
그 맞은편 아기의자에는 둘째 여름이가 앉아 있었지. 사실 여름이는 식당에 들어서면 그 낯선 공간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참견해 봐야만 비로소 직성이 풀리는 지칠 줄 모르는 꼬마 탐험가란다. 그런 여름이를 좁은 의자에 앉혀두기 위해 아빠가 쥐여준 것은 다름 아닌 두툼한 식당 메뉴판이었어. 여름이는 제 얼굴만 한 메뉴판을 보물이라도 되는 양 작은 손으로 꼭 움켜쥐고서, 도무지 내려놓을 줄을 모르고 꼬물거리며 열중하더구나.
너희 둘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너희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조금의 감속도 없이, 가진 힘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아주 뜨거운 엔진이 장착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이야.
그 지치지 않는 씩씩한 달음박질은 식당을 나서서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앞 길가로 나섰을 때 마침내 정점을 찍고, 약속이나 한 듯 한순간에 '방전'되어 버렸단다.
식당에서부터 이미 눈을 꿈벅이며 밥을 먹다 스르륵 방전되어 버린 필름이는 길을 나서는 순간 완전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 결국 할머니의 넓고 따스한 등에 온몸을 기대고 업힌 채 길을 걸어갔단다. 축 늘어진 작은 어깨와 고요한 숨소리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안쓰럽던지.
여름이 역시 마찬가지였어. 잠든 필름이를 주차장에 세워둔 차 뒷자리에 뉘어 먼저 조심스레 태우고, 아빠가 주차비 정산을 하러 다녀오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말이야. 조금 전까지 그 넓은 식당을 탐험하려 들던 여름이의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그사이 할머니 품에 폭 안겨서 횡단보도 건너편 소마미술관 사거리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무거워진 눈꺼풀을 겨우겨우 깜빡이고 있었지.
가진 에너지가 0%가 될 때까지 속도를 늦출 줄 모르고 달리다, 마침내 퓨즈가 끊기듯 툭 멈춰 서서 안겨오는 너희들을 보며 아빠 옆에 걷던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단다.
"어쩜 저리 네 아빠 어릴 적이랑 똑 닮았을꼬."
아, 그랬구나. 너희가 가진 그 뜨겁고 무모하리만치 사랑스러운 엔진의 본적(本籍)은 바로 아빠였던 거야.
얘들아, 가슴속에 닳지 않는 뜨거운 엔진을 품고 산다는 것은 아주 커다란 축복이란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온 마음으로 열망해 만들어 내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다정하게 이끄는 데 이보다 더 강력하고 아름다운 동력은 없거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을,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는 법을 조절하지 못하면 그 거친 엔진은 때때로 나를 사정없이 다치게 한단다. 아빠가 어제 호되게 앓아누웠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때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곁을 지켜주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해.
그렇지만 나의 소중한 필름아, 여름아. 다가올 날들을 미리 두려워하지는 말아라.
아빠가 이 인생이라는 험하고도 눈부신 길 위에서 먼저 넘어져 보고, 부딪혀 가며 그 뜨거운 엔진을 안전하고 다정하게 다루는 법을 열심히 배워둘게. 우리처럼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뜨거운 마음들이 어떻게 하면 나를 다치지 않게 지키면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밝힐 수 있는지, 아빠가 하나부터 열까지 상냥하게 가르쳐 줄게.
너희는 분명 아빠보다 훨씬 더 현명하게, 훨씬 더 단단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오늘도 너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정표가 되기 위해 아빠는 한 걸음 더 성장하려 노력해 본단다. 아빠의 작은 자람과 깨달음이 훗날 너희가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데 따스하고 거름진 양분이 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하면서.
오늘 하루도 온 힘을 다해 자라나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나의 우주들!



